2022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온 소감, 기억에 남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너 수능 왜 봐

위 아티클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수시 최종 발표가 일찍 나와서 사실 수능을 보는 게 큰 의미가 없었다. 이런 경우 학교에 신청하면 납부했던 전형료를 환불받을 수도 있다. 근데 그냥 수능 보러 갔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학교 사전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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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학교 가서 수험표 받고 바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배정된 학교는 경복고등학교였다. 여기 교통편이 아주 환상적이다.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지하털 2번, 버스 1번 타서 총 1시간이 걸린다. 재학중인 학교(용산)를 기준으로 배정을 하니까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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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시험장에 도착했더니 벌써 교문 앞에서 사진 찍는 기자분이 있더라. 내 고사실 위치와 학교 건물을 훑어보고, 집에 와서 일찍 잤다.

🔥 수능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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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당일은 아침 5시에 일어났다. 다행히 부모님이 학교까지 차로 태워다 주셔서 무한 환승의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내가 배정받은 고사실은 23실이었다. 나름 일찍 도착했는데도 먼저 와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더라.

우리 고사실에는 나를 포함한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이 3명이나 있었다. 그래서 쉬는시간에 수다도 떨고 편하게 모의고사 보는 느낌이었다. 과목별 감상은 대략 이러했다.

국어

화법과 작문을 선택했다. 문제 풀이 순서는 화작-독서이론-문학-비문학으로 쉬운 순서대로 풀었다. 자신있는 과목이기도 하고, 비문학 제외하고는 문제도 나름 풀 만 했다. 이 분이 등장하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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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법은 대등한 위상을 지니는 세 범주의 병렬이 아니라, 대립적인 두 범주가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어 가는 수렴적 상향성을 구조적 특징으로 한다... 변증법에 충실하려면 헤겔은 철학에서 성취된 완전한 주관성이 재객관화되는 단계의 절대정신을 추가했어야 할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국어를 앞에서부터 푸는 학생들은 여기서 시간을 많이 소모해서 불리했을 수도 있겠다. 헤겔을 한대 치고 싶었지만 꾹 참고 풀었다. 근데 의외로 변증법은 다 맞고 비교적 쉬웠던 나머지 비문학에서 하나씩 틀렸다.

수학

미적분을 선택했다. 하지만 패션이과인 나는 수학을 못한다. 게다가 2주 동안 공부와 담을 쌓고 지냈는데 문제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킬러/준킬러는 쳐다보지도 않고 풀 수 있는 문제만 풀었다. 전반적으로 6월 9월 모의고사 스타일이랑 다른 변칙적인 문제가 많았던 것 같다.

영어

도시락을 쏠랑쏠랑 먹고 영어를 봤다. 시험 전에 가격 계산 문제에서 10% 할인 쿠폰을 쓸 것인지에 대해 친구와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진짜 쓰더라. 이번 수능 영어는 모의고사보다 쉬운 편이었던 것 같다. 절대평가라서 난이도 조절에 큰 신경을 안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빈칸추론 한 문제 정도 틀린 것 같다.

한국사

슥슥 풀고 꿀잠 자느라 가채점표도 안 썼다. 문제 난이도는 모의고사보다 훨씬 쉬웠다. 아침 5시부터 끌려가서 문제 풀다가 한숨 자고 나니까 상쾌하더라. 한국사 시간에 깨어있으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냥 자는게 훨씬 나았던 것 같다.

탐구

나는 특성화고에 재학 중이기 때문에 직업탐구 영역에 응시할 수 있다. 직업탐구는 사탐, 과탐에 비해 나름의 장단점을 가진다. 장점은 문제가 쉽고 암기 위주라서 공부할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단점은 문제가 쉽기 때문에 하나 틀리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참고로 직업탐구를 선택하면 정시 쿼터를 특성화고 학생들끼리 경쟁하게 된다. 과목은 성공적인 직업생활(필수), 공업 일반을 선택했다.

성공적인 직업생활은 자아 성장, 직업 세계, 근로 환경 등에 대해 다루는 비교적 쉬운 과목이다. 근데 내가 봐도 어이없는 문제를 하나 틀렸다. 나락행 확정이다.

공업일반은 기술과 제조 프로세스, 산업 재해 등에 대해 다루는 과목이다. 성공적인 직업생활과 범위가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닥 어렵지 않아서 슥슥 풀고 답을 맞춰보는데 아차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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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등받이등받이 프레임을 헷갈려서 틀렸다. 지금 보니까 왜 그랬나 싶다.

📊 그님등?

예상 등급은 14121이다.

국어와 영어는 원래 자신 있는 과목이었고, 특히 국어는 3모부터 쭉 1등급을 유지해왔다. 문제는 수학이다. 모의고사에서 3~4등급을 왔다갔다 했는데 이번엔 얄짤없이 4등급이다. 이런게 진짜 패션이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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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에 학교에 가서 성적표를 받았다. 탐구 두개 등급이 바뀐 것 빼고는 예상과 같이 나왔다. 점수만 놓고 보면 납치일 수 있는데, 원하던 학부에 합격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아마도...